동명이인(同名異人)
동명이인(同名異人)
  • 전주일보
  • 승인 2015.05.1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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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라고 하면 예수를 밀고한 유다부터 떠올리지만 최후의 만찬 자리에는 또 한명의 유다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밀고한 유다는 출신지를 붙여 ‘이스카리오테의 유다’라 하고, 다른 유다는 ‘이스카리오테가 아닌 유다’라고 부른다.

‘유다’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은 많다. 예수의 형제 중에도 유다가 있고, 신약에도 3명의 유다가 나온다. 구약에는 족장 야곱의 아들로 후에 부족의 선조가 된 유다가 있고, 그 밖에도 5명이 나온다. 구약과 신약의 11명에 이스카리오테의 유다를 합치면 모두 12명의 유다가 있는 셈.

플라톤의 ‘대화편’에 고대 그리스 엘레아학파의 시조인 ‘파르메니데스’ 편이 있다. 이 ‘파르메니데스’편은 플라톤이,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17살때 아카데메이아에 입학하던 무렵에 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글 속에도 젊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인물이 나온다. 이 동명이인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젊은 소크라테스와 함께 엘레아학파의 2대 철학자인 노(老) 파르메니데스와 제논을 만난다는 설정으로 돼 있다.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지만, 플라톤의 제자 중에도 또 소크라테스가 있다.

동명이인이 많은 것이 고대 로마인의 이름. 로마인의 이름은 ‘프라에노멘(개인명)’, ‘노멘(씨족명)’, 코그노멘(가족명)’으로 돼 있는데 개인명이 제한돼 있었다. 세네카란 이름도 아버지와 아들이 있어 ‘세네카 마요르(大)’, ‘세네카 미노르(小)’라 구별하고 있다. 이 ‘마요르(major)’와 ‘미노르(minor)’가 영어의 ‘메이저’와 ‘마이너’의 어원이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시에는 ‘모하메드’라는 동명이인 2천명이 모인 일이 있다. 인명사전 중에는 ‘동명이인 사전’도 있는데 수록인만 4만5천8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은 동명이인은 김영숙. 모 신용평가사에서 자사가 보유한 성명, 주민등록번호 정보 4천266만2천467개를 분석한 결과 4만335명이 김영숙이고 김정숙 3만9천663명, 김정희 3만7천419명 순이었다.

요즘도 유명인 중에 ‘빙속 여제’ 이상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일제강점기의 시인 이상화, 유명 여성 작가 김수현과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 등 동명이인이 적지 않다. 오늘도 괴로운 밤을 보내고 있을 이완구와 홍준표의 동명이인은 얼마나 될까.

김갑제/무등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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