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선글라스
  • 전주일보
  • 승인 2015.04.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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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에 가면 정부가 앞장서서 벌이는 이색 캠페인이 하나 있다. ‘외출할 때 선글라스를 낍시다’가 그것이다. 동양권 관광객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게 되지만 이유가 있다. 백인의 눈은 동양인의 눈과 달라 자외선에 약한데다 홍채의 색이 파랗거나 갈색이어서 광선에 아주 약하다.

눈부심이 심해 잘 보지 못 하는 것이다. 근래에는 남극지방의 오존층에 구멍이 생겨 자외선량이 급증, 정부가 이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우리가 오존 주의보를 내리고 있는 것과 비슷한데, 환경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만 하다.

소설의 주인공으로 세계 최초로 안경을 낀 인물은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 세계 최초의 렌즈는 기원전 700년경의 니네붸(현재의 이라크 북방 앗시리아의 고도)에서 발견됐으나 이것은 태양열을 모으기 위해 쓰던 것.

시력 보정용으로 안경을 만든 사람은 아랍의 수학자 겸 천문학자 아르하젠이다. 13세기에는 안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엘리트로 대우를 받았는데 이는 안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

‘원근 양용 안경’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피뢰침, 하모니카, 흔들이 의자를 발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광선의 눈부심을 막기 위해 에메랄드 렌즈를 사용한 사람은 고대 로마 황제 네로였다. 그는 검투사들의 경기를 관전할 때 이걸 사용해 눈부심을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글라스의 효시는 뜻밖에 중국에 그 기원이 있다. 15세기 초두 중국의 재판관들은 법정에서 증언을 청취할 때 검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 안경은 도수 없이 그냥 눈을 가리기 위한 것이 그 목적.

이 안경은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보통 안경 알에다 검댕을 칠해 검게 만든 것이었다. 용도는 증인 등이 증언을 할 때 심판을 내리는 재판관의 반응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름이면 피서 용품 중 빠뜨릴 수 없는 게 선글라스지만 올해는 유례에 없는 폭염으로 이제 모두의 생활용품이 됐다. 멋이나 눈부심 방지에만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일 게다.

눈으로 들어오는 자외선 정보는 하수체에 전달돼 멜라닌 색소를 만들도록 지시하는데, 선글라스는 이걸 차단해 피부가 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피부가 타면 빨리 늙는다.

김갑제/무등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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