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색(察色)
얼굴 색(察色)
  • 전주일보
  • 승인 2015.04.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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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패(沛)의 동쪽에 있는 사수의 정장(亭長:범죄를 다스리는 직)으로 있으면서 어영부영하고 지낼 때였다. 패로 망명해온 여공(呂公)의 환영연에 유방이 ‘전 1만냥’을 들고 가자 여공이 유방을 상석에 앉히고 환대를 했다. 유방은 코가 우뚝하고 수염을 멋있게 기르고 있었다. 여공은 유방의 인상을 보고 장차 크게 될 인물임을 알고 딸 여치(呂雉:뒷날의 呂后)를 배필로 주었다.

친정 일을 도와가며 살림을 꾸려가던 여치가 하루는 밭을 매고 있는데 지나가던 노인이 여치와 두 남매의 인상을 보고 ‘고귀한 상’이라 하며 놀랐다. 그 말을 듣고 유방이 이 노인을 만났더니, ‘부인과 아이들의 상이 귀한 것은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 유방이 기뻐했다고 한다. 유방을 미화한 것으로 보아 후세 사람이 꾸민 얘기같지만, 천하를 쥐려면 인상도 한몫 한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얼굴은 인종과 나이, 나아가 감정까지 보여주는 모니터’라고 하지만, 얼굴에 있는 24가지의 표정근(表情筋)은 얼굴에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키며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을 한다. 갓난아기는 생후 2주만 되면 엄마의 얼굴을 인식하고 그 표정을 구별하는데 이는 뇌속에 있는 안세포(顔細胞)라는 조직 때문.

사람은 그렇게 갓난 아기 적부터 엄마의 표정까지 구별하지만 자기 얼굴에 대해서는 어른이 된 후에도 잘 모른다. 물론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 그러나 자신을 자각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자기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을 때의 자기와는 전혀 다르다. 스냅 사진이나 어쩌다 ‘몰카’같은 것에 찍힌 자기를 보고 딴 사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요즘 이완구 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을 포함한 여권 정치인들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한결같이 소태를 씹은듯한 어두운 얼굴들이다. 성완종 파문 때문이겠지만 어두워도 너무 어두워 죽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박 정권이 출범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으니 당·정·청 인사 누군들 맘 편하게 사태를 지켜 볼 것인가 마는.

무 자각 상태의 자기 얼굴이 진짜 자기 모습이라면, 평소 정신적인 수련을 쌓아야 무자각 상태에서도 좋게 보일 수 있다. 잘 보이려고 웃고 온화한 표정을 꾸며도 무자각 상태에서는 본래의 모습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큰 인물이나 어진 사람은 그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꾸며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관상이나 진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찰색(察色)이라 했다.

김갑제/무등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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