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귀농(歸農)
(약수터) 귀농(歸農)
  • 김창종
  • 승인 2015.03.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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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보련다’. 그 시절에도 도시생활은 힘들었었나 보다. 가수 백남송이 ‘물방아 도는 내력’을 부른 반세기 전에도 말이다.

남부여대(男負女戴)했던 피란살이에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 민초들의 고단했던 삶을 어찌 필설로 설명할 수 있으랴.

고향은 논배미나 짓는 이들에게 아늑했지, 나머지 소작농에게는 벗어나야할 대상이었다. 하여 서울로, 서울로… 경향각지에서 도시로 향하는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전국 6대 도시로 당당하던 전주시가 순위 밖으로 밀려난 것도, 300만을 목전에 뒀던 전북도 인구가 줄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불과 수십 년 전 그려진 우리사회의 먹빛 자화상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다지만, 밑바닥 인생들의 삶은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치솟는 물가에 극심한 취업난, 유산 없는 젊은이들은 결혼 전세방조차 얻기 힘든 세상이니 상대적 빈곤으로 치부하기에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절박하다.

다행이라면 이들이 농촌에 안겨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 시군 대부분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도시민의 귀농귀촌을 돕고 있다. 귀농 적지로는 단연 완주군이다.

이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겨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외지인에게는 주택매입·수리비 일부와 1만㎡(3,000평)까지의 농지 임차료를 절반이나 보전해 준다 한다.

철 따라 영농기술지도는 물론이고 각종 학자금에 출산장려금, 심지어 이사비용까지 지원한다니 각오만 단단하면 쳇바퀴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다.

자연경관이 눈부신데다 전주와 익산, 대전 등지로의 접근성까지 좋아 귀농지로 최적이란 평가다. 전국귀농본부를 비롯한 농촌관련 기관, 인터넷의 관련 카페들에도 값싼 시골집과 정착자금 안내, 영농일기 등 귀농정보가 생생하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의 귀농귀촌정책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안타깝다. 이 정책의 궁극적 지향점이었던 인구유입 효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도로 귀농한 가구는 1,204세대로 전년에 비해 7가구가 줄었다 한다. 37가구는 되레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니 정책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요즘 세상은 빨리 변한다. 낯선 곳으로 이주해야하는 귀농희망자의 생각도 하루가 다를 수밖에 없다. 관련부서에서는 귀농정책을 다시 다듬고 보완해 우리지역이 ‘귀농1번지’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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