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례(告由禮)
고유례(告由禮)
  • 전주일보
  • 승인 2015.03.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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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성균관대학교 대성전(大成殿)에서는 한 전통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대표들이 성현을 향해 예를 올리는 엄숙한 의식이었다. 바로 고유례다. 옛 성균관 유생들의 교복인 청금복을 차려 입은 유생들은 제단 앞에 꿇어 앉아 후학으로서의 신명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고유례는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이를 선영에게 알리기 위해 거행된 유교의식을 말한다. 주로 공자의 신위를 모신 향교대성전에서 올렸다.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이 전통은 성균관대를 중심으로 일부 명문가와 전통을 중시하는 문중 등을 통해 600여년을 이어왔다.

몇 년 전 우리지역에서는 남원 양씨 후손들이 문경공(文敬公)으로 쓰여진 위폐를 바로 잡는 고유제를 올렸으며, 고산향교를 위시한 일선 향교에서도 감축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뜻 깊은 제사를 모시고 있다.

고유례는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때 엄수됐지만 주로 입학과 졸업, 궁중 신축 등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하는 날에 주로 올려졌다.

특히 조선 성균관 학생들은 졸업식 날 반드시 고유례를 갖고 자신을 길러준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례는 제주가 하늘과 땅을 향해 향을 피우면 후학들은 일제히 성현에게 네 번의 예를 갖추고, 스승에게 큰절을 두 번 올리는 전통의식으로 거행된다. 제물을 올린 놋그릇에는 종묘사직을 지키겠다는 후손들의 각오와 선현을 기리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가르쳐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며 새로운 출발을 위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고유례가 새삼 그리워지는 것은 학생들의 인권이 우선되면서 교사에 대한 존경과 교권이 땅에 떨어지면서다.

몇 해 전 부터인가 교육현장에서 사제(師弟)의 정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교칙을 어긴 학생을 훈계하는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뉴스도 신문사회면에 어지럽다.

학부모도 걸핏하면 학교로 찾아와 교사의 멱살을 잡는다. 최근 들어서는 초등학생까지 동영상 대열에 가세해 웃지 못할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사들은 스승으로서 해야 할 인문교육을 포기하고 ‘면피교육’에 연연하는 실정이다. 사랑의 매라도 체벌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존경과 따름으로 충만해야할 학교현장에 제자는 스승을 우습게보고, 교사는 학생을 두려워하는 민망한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스승에 대한 극진한 예를 통해 조선사회 규범의 근간이 됐던 고유례는 수백 년 세월을 거슬러 오늘의 후학들에게 되묻고 있다.
/김창종=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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