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가 봉인가?
흡연자가 봉인가?
  • 이상선
  • 승인 2014.12.22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15년에 총 3조2,762억원의 건강증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보다 무려 40.5% 증가한 규모다. 건강증진기금은 1995년 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담뱃세를 재원으로 1997년부터 조성됐지만 재정원칙으로 따지다면 담배부담금은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원칙으로 따져서 담배부담금은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

담배부담금이 재정조달 목적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고, 집단 효율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어디까지나 흡연자를 위해 1차적으로 투입해야 옳은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는 2015년에도 자신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 사업의 혜택을 기대만큼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애초 목적보다는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는 쪽으로 예산을 편성한 탓이다.

복지부는 2015년 건강증진기금의 사업 목적에서 기금 조성 본연의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는 7,707억7,500만원(28.3%)밖에 투입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순수하게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사업에 쓰는 예산은 1,475억원에 그친다.

물론 2014년 113억원보다는 1,205% 급증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전체 기금 증가액보다는 턱없이 적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데 2015년 기금사업예산의 절반 이상인 55.9%(1조5,185억3천만원)를 쓰기로 했다.

기금의 설치목적과 부합하지 않은 연구개발(R&D)과 정보화 및 의료시설 확충사업 등에도 3,482억800만원(12.8%)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건강증진기금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됨에 따라 적절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금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등 기금의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의 투자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데 주로 쓰이는 기금을 의무적으로 흡연자들의 의료비에 먼저 충당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스러진 달’이라는 장편소설을 쓴 황천우 소설가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를 원망하게 됐다”며 “‘하루 3천원의 행복’을 앗아간 정부를 원망”했다.

그의 3천원은 가장 서민적이었다. 2천원짜리 담배를 사 피고 천원하는 막걸리를 마셨다.

그의 삶속의 낙(樂)은 궁핍해지고 있다. 힘없는 서민은 “누구 탓”도 사치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