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28건) 제목보기제목+내용
[수필] 비와 낙엽
소리 없이 창문에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다가 가을비의 정취에 이끌려 비 내리는 아침에 동네공원길을 걸었다. 낙엽들은 이미 속삭임을 멈추고 비에 젖어 추레하게 움츠려 있다. 나무 밑을 지나다가 비에 젖은 낙엽 한 장이 우산 위를 굴러 바닥에 힘없이 떨어져
전주일보   2017-10-12
[수필] 산책길에서 만난 천사
아침 일찍 공원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는 벌써 차가운 바람이 감돌아 몸을 움츠리게 했다. 불볕 같은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느라 선풍기, 에어컨을 끼고 살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는데 벌써 낙엽이 가을바람에 날갯짓을 하며 나를 맞이한다. 지난여름 살인적인
전주일보   2017-09-28
[수필] 신통 방통 노린재 트랩
가문 날씨가 이어지다가 우리가 콩을 심은 그날 밤에 비가 내렸다. 비가 많이 쏟아져 흙이 다져지면 콩이 목 메여서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오랜 가뭄 끝에 비는 반가웠다. 그날 밤 비는 솔찬이 많이 내렸다. 콩이 목 메여 안 나면 어쩌나 하다
전주일보   2017-09-21
[수필] 추석 그리고 벌초 이야기
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벌초가 시작된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드러내는 벌초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 후손들의 서있는 자리가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얼마나 든든한 삶의 땅으로 엮어져 있는지 절감한다. 그러나 온갖 잡초와 나무들이 무성하게
전주일보   2017-09-14
[수필] 과거에서 보내 온 메시지
얼마 전에 페이스 북 메신저에 “오늘은 정ㅇㅇ님의 생일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정ㅇㅇ은 아내보다 한 해 앞서 세상을 뜬 아내의 친구다. 생전에 아내의 문병을 오기도 하고 가끔 페이스 북을 통하여 아내의 병세를 물어오며 안타까워했었다. 그런데 오래
전주일보   2017-09-07
[수필] 모과(木瓜)의 유혹
겨울이 가까워 오는 늦가을 어느 날이었다. 정읍사문학상을 받게 된 아들의 시상식에 참석하려고 우리 내외도 그와 함께 정읍행 시외버스를 탔다. 창밖에 스치는 가을은 이미 떠날 채비를 끝내고 마지막 열정을 다 뿜어낸 뒤에 탈진해가는 듯 힘겨워 보였지만,
전주일보   2017-08-31
[수필] 우체국 앞 빨간 우체통
우리 아파트 길 건너 동네 우체국 앞에 우체통이 하나 서있다. 오늘에야 눈에 들어온다.우체국 바로 앞에, 우체국을 드나드는 계단을 내려서면 겨우 대여섯 걸음이 채 되지 않는 곳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다. 오래 전과 변함없이 빨간 옷을 걸치고 있다. 여름
전주일보   2017-08-24
[수필] 놀이터 풍경
우리 집 앞에는 동화세상 같은 아이들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에 개구쟁이들이 찾아들면 활기가 돋는다. 어장아장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기부터 중학생쯤 됨직한 소년까지 한데 어우러져 놀이판이 된다. 내 달리고 뛰어오르다 넘어지면서 목청껏 지르는 소리와
전주일보   2017-08-17
[수필]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두툼하고 후덕해 보이는 얼굴, 친구의 오래 전에 보던 얼굴이 모니터위에 너부죽하다. 큼지막한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응시하는 시선에는 열정이 숨어있다. 예나 지금이나 한번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좀처럼 끝나지 않는 입담의 출구이고 청탁불문, 노소불문
전주일보   2017-08-10
[수필] 기다림으로 이루는 세상
세상 천지에 기다림이 없는 결실이 어디 있는가. 기다림은 시간을 전제하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 시간 속에 기다림이 있고 기다림은 시간 안에 꽃피는 작업을 거듭하는 울림이며, 신의 손길이고, 영감의 제국이다. 기다림은 정신의 화학적 작용이고, 물리적 공
전주일보   2017-07-27
[수필] 시집 ‘계절의 연가’ 펴낸 시인 황정현 씨
시집 ‘계절의 연가’ 펴낸 황정현 시인 시(詩)는 “사물이 걸어오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부여하는 일.” 황정현 시인이 최근에 첫수필집을 상재하였다. 평생직장이던 교직을 떠난 뒤 취미삼아 시와 수필을 써오면서 문단에 발을 들여 이번에 그동안에
이행자   2017-07-25
[수필] 장맛비 속에 돋아난 추억 한 움큼
가물어서 곡식이 다 버렸지 싶을 때 비가 내렸다. 새벽에 장맛비가 우르릉 쾅쾅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내렸다. 오늘 아침에 토요일 진료를 봐 주는 병원을 가기위해 서둘렀지만 9시가 넘어서야 챙기고 일어나 오수로 갔다. 빗줄기가 후두둑거리며 부딪히는 유
전주일보   2017-07-20
[수필] 전주천 피라미
소년의 놀이터는 전주천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에 교동으로 이사해서 정말 신났던 건 집 근처에 맑은 물이 흐르는 전주천이 있다는 거였다. 전주천은 소년의 작은 가슴을 넓혀주고 생명의 환희와 물의 두려움을 배웠다. 물은 감히 물에 저항하려는 자는 용서
전주일보   2017-07-13
[수필] 하늘을 달리는 고향길
벚꽃이 다 지고 푸른 잎이 제법 자란 듯 보이던 어느 늦은 봄날, 장계 고향에 갈 일이 있었다. 전주 동물원 담을 끼고 돌아가는 길가에 복사꽃이 화사한 얼굴로 맞아 준다. 호반촌의 우리 집에서 고향에 갈 일이 있으면 나는 운치가 있고 차들이 쌩쌩 달리
전주일보   2017-07-06
[수필] 보리타작 참에 농주 한 사발
보리밭에 누르스름한 기운이 돋는다. 보리 이삭이 영글어 타작할 때가 되었다는 자연의 신호다. 이맘때면 그때의 뜨겁고 껄끄럽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었던 보리타작 마당이 생각난다. 직장에 다니던 때였지만, 혼자되신 어머니가 허리 펼 새도 없이 바쁘게 일하시
전주일보   2017-06-29
[수필] 어느 날의 기행
땅을 벗어나서는 온전한 삶을 영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보곤 합니다. 나의 기쁨이 서리고 슬픔을 삭이는 삶의 바탕에 땅은 든든한 배후입니다. 넉넉한 인심을 베풀고 사랑 밭을 가꾸는 마음 씀씀이도 땅의 위대한 허락이 그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런
전주일보   2017-06-22
[수필] 아카시아 꽃
우리 동네는 이제야 아카시아가 꽃을 피웠다. 다른 곳은 질 때인데 우리 동네는 이제 시작인 것이다. 오래전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는 “아카시아 향기가 휘날리면 왜 그런지 슬퍼져. 못 잊을 사랑의 그림자 꽃잎은 알아줄까?” 라는 노래가 슬픈 내 기억처럼
전주일보   2017-06-15
[수필] 목련꽃 피는 4월이 오면
4월은 내겐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달이다. 살가운 바람에 실려 오는 꽃소식이 당도할 때면, 겨우내 찬바람에 움츠렸던 가지마다 꽃봉오리를 밀어 올려 피우느라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거친 숨소리가 궁금해진다.봄에 피는 꽃이 어느 것인들 좋지 않으랴 만, 진달래
전주일보   2017-06-08
[수필] 빗소리
선선한 기운에 낮잠이 깨었다. ‘쏴아-’하는 빗소리와 함께 비보라가 바람에 날려 창문을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빗줄기가 제법 굵고 우르릉 쿵쾅 번쩍번쩍 요란한 소리와 섬광이 방안에 가득해진다. 거창한 소리와 함께 내리는 세찬 빗줄기는 축복이었다. 갈망
전주일보   2017-06-01
[수필] 비 개인 날, 二題
1.비 개이고 모처럼 밝은 날 오후. 사방이 모두 맑은 기운에 싸여있다. 하늘에는 흰 구름도 떠간다. 흔히 보아오던 맑은 날과 하늘이 이제는 어제 없던 새날인 듯 새로워 보이고 마음도 따라 설렌다. ‘길에 쌓인 먼지도 많이 쓸려 나갔겠지’ 서둘러 집을
전주일보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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