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47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살구꽃 웃음꽃이 활짝 피던 아이 살구꽃 웃음꽃이 활짝 피던 아이 매화꽃이 지고 진달래가 피었다. 이제 살구꽃이 필 때가 된 것이다. 살구꽃은 고향마을의 꽃이다. 살구꽃이 피어 있는 집은 영락없이 고향집인 것이다. 살구꽃이 환하게 피어 있는 외딴집에 미옥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다. 40년도 더 지난 저 먼 날에, 박사고을 임실 삼계 뒷고개 너머 재실에서 살던 작은 소녀였다. 낯꽃 좋고 심성 좋았던 아이인지라 사람을 보면 활짝 웃으며 꾸벅꾸벅 인사를 잘도 하였다. 먼 곳에서도 나를 보면 '선생님!' 소리치면서 달려오던 아이였다. 매일 아침 내가 출근을 하면 복도 저쪽 끝에서 달려와 나에게 인사를 하 수필 | 전주일보 | 2021-04-08 15:09 불가마 불가마 전주 신시가지 서쪽으로 황방산이 병풍처럼 둘러 서있고, 모악산을 향해 흘러내린 산자락에 효자공원묘지와 승화원이 자리하고 있다. 친구 Y는 뭣이 급해 서둘러 떠나 이제 그 육신이 화장(火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마당 쉼터에 쪼그리고 앉아서 차례를 기다렸다. 버스가 다섯 대나 늘어선 걸 보니 천국에 드는 것도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다가 높이 솟은 굴뚝에서 희미한 연기가 오르는 데 시선이 머물자 만감이 교차되었다. 이곳은 불가마가 있는 곳이 아닌가! 불가마는 성서에도 나온다. ‘네부 수필 | 전주일보 | 2021-04-01 17:13 백로, 돌아오다. 백로, 돌아오다. 봄이 왔다고는 하나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독수리 발톱처럼 날카롭다. 그 날카로운 바람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잉태하고 있으려나? 이 봄은 자연에서 오던 예전과 달리 내 마음에서부터 왔다. 답답한 요즈음의 일상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서 일게다. 아니 긴 시간 동안 화려한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마음도 한몫했으려니 싶다. 아직은 겨울옷을 벗어 던지기 어설픈 날, 봄을 찾아 가까이에 있는 백로 공원에 올랐다. 봄의 징조가 여기저기 느껴지는 가운데 어디에 봄 향기를 잉태하고 있는지 두리번거렸다. 산수유 노란 망울이 실눈을 뜨고 맞 수필 | 전주일보 | 2021-03-25 15:08 남쪽 바람에 실려 온 봄 남쪽 바람에 실려 온 봄 봄의 발걸음이 분주하더니 3월 초순인데 벌써 꽃소식이 풍성하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자연이 경이롭다. 봄은 추위와 삭풍을 고비마다 잘 버텨낸 인고(忍苦)의 절정이 꽃으로 다가서는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희망을 노래하고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는 소생의 기쁨이 충만한 때이기도 하다.이런저런 감성에 끌려 나도 들판 방석에 앉아 쑥을 뜯는다. 칼을 대면 세상의 온기를 얻고 쑥 내민 새순이 아무런 저항 없이 온몸을 다 내주고 그 진한 향기는 복잡한 머릿속을 맑게 정화한다. 이들은 멀리 남쪽에서부터 부산하게 달려온 봄의 전령사가 분명하다. 수필 | 전주일보 | 2021-03-18 16:00 푸른 별 지구가 오래 빛날 수 있게…. 푸른 별 지구가 오래 빛날 수 있게…. 얼어붙었던 것이 풀려 생명으로 솟는 계절, 봄이다. 엊그제 눈이 내리고 된바람이 불더니, 봄을 데리고 오느라 요란을 떨었나 싶다. 겨우내 집콕으로 뒹군 팔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뚝딱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봄 구경도 할 겸 일찍 집을 나섰다. 공원 산책로 길섶에 봄까치꽃이 바이올렛 별이 되어 빛을 발하고 수선화, 꽃무릇, 원추리도 한 뼘 넘게 자라 제법 태깔이 잡혔다. 봄은 언제나 성큼 다가왔다 싶으면 꿈속에 만나는 연인처럼 꽃향기에서 깨어보면 가버리고 없다. 올해는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지 않으리라고 해마다 벼르지만, 벚꽃이 피었는가 수필 | 전주일보 | 2021-03-11 15:19 그릇 치우는 일 그릇 치우는 일 새해가 되었다고 마음 설레던 일이 엊그제인데, 어느 사이 3월을 맞는다.‘정이월 다가고 3월이’라고 노래하기도 하지만, 시절이 바뀌는 데 따르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남다른 때가 있다. 지내다 보면 하루하루가 키 큰 걸음으로 스쳐가는 한 때의 우연인 듯만 같기 마련이다. 하물며 요즘 같아서야 더 말할 무엇이 있을 것인가. 하지만 비록 두서없고 망연한 시간 가운데 있다 할지라도 어쩌다 머릿속이 가지런해질 때면 흐트러진 집 안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도 사람 따라 사는 일이니 때때로 돌아보아야 제 모습을 간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수필 | 전주일보 | 2021-03-04 15:35 반쪽 사진첩 반쪽 사진첩 어렸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많은 사진을 찍어 자라온 성장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앨범으로 정리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집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그 앨범을 내놓으며 자기의 생애가 다 들어 있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그런데 참 이상하였다. 그 앨범을 보면 모두가 즐겁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찍은 사진뿐이었다. 그의 생애를 거의 다 담았다고 자랑을 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었고 슬프고 괴로운 일은 없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도 병원에 입원하여 몇 달 동안을 고생한 일도 있었고 가정불화로 죽고 수필 | 전주일보 | 2021-02-25 15:05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