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파병 파병 꽃들이 간다갈퀴 같은 손이 꽃을 가슴에 안은 채내 새끼야 내 새끼야소리 죽여 토하는 절규는 뼈속깊이 스며들고네 살배기 딸아이 철없이 철없이 고사리 손 흔든다여기서는 다만꽃들은 제 발로 걸어서 간다고 말하자꽃들은방아쇠를 당기면 지문이 닳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문이 없는 인간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영웅탑 일어서서전쟁의 상처를 지울 수 있다면그 상처 위에 새살이 돋는다면 꽃들은 떨어져도 떨어진 것이 아니고 영원히 피어 있는 것이라고 꽃답게 웃는다꽃은 떨어지면 영웅이 되는가군대를 외국에 주둔하게 하거나 다른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2-07-24 14:08 동전 한 잎 동전 한 잎 삶은 쓴 것이냐고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게 묻고 있는데땅에 떨어져 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학웬 학?뒤집어보니1992. 500 한국은행이라고 씌여있다.30년이 넘도록 (지금은 2022년 이니까) 땅속에 묻혀서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 테고고통의 세월을 참아내느라 수고 많았노라고 500원짜리 동전을 위로하고 있는데외려울고 싶은 내 생을 위로해 주는 것이었다허리를 굽혀야 소득이 있고자세를 낮춰야 세상은 보이는 것이라고사는 일을 그렇게그렇게 하라하며 학은 거금 500원을 내 손에 쥐어주며창공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한다동전銅錢은 금속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2-07-17 14:53 구들 구들 소주 몇 병을 마시고 산중 어느 주막구들장을 질어져 본 사람은 안다길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길 끝은 별 하나 뜨지 않는다는 것을아궁이에 장작을 쑤셔 넣을 때뱀 혓바닥 같은 불기둥이방고래를 핥으며 구들장을 지나간 후굴뚝으로 빠져나가는 것은오장을 긁어대는 한 잔의 소주 같기도 하다소주잔을 떨어 부을 때마다 뜨거운 것이목줄을 타고 내려가는 것도생각해 보니장작불이 구들장을 데우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주둥에서 똥구멍까지 골목 같은 컴컴한 길을 뜨겁게 달군다는 것은쑤셔 넣어도 닿지 않는 구들 같기도 하고한 끼의 밥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 같기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2-07-10 15:35 묵정밭 묵정밭 한 동안 아버지가 절박하게 매달려 농사짓던 당산 너머 황토밭참깨 꽃이 하얀 달밤에는 봉평에서 대화까지 열렸던 메밀꽃 핀 밤길이 열리고 농사꾼인 아버지와 그 뒤를 따라가는 어머니가 도란도란 흔드는 나귀들의 망울 소리가 났다그러나. 아버지는 고단한 육신을 치매병원에 맡긴 채 말이 없고 어머니는 천년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하여 밭은 버려졌음으로 묵정밭이다그 밭에는 망초가 애기똥풀을 업고 왼종일 서성이고 밤이 오면 풀들이 무성히 눕는다묵정밭 어둔 하늘에는 별들만 총총하다 묵정밭은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두어 거칠어진 밭이다. 그래도 봄이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2-07-04 00:14 처음처음이전이전1234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