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시심詩心, 꽃을 심는 마음” “시심詩心, 꽃을 심는 마음” 매년 봄이 오면 종묘상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겨우내 온실에서 가꿔져 꽃망울을 터뜨린 꽃모종들을 보면, 정겨운 사람과 오래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든다. 꼭 꽃을 사들이고 싶어서 종묘상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아니, 겨울이 언제 물러갔다고 저렇게 벌써 반긴단 말인가!” 꽃들이 아는 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리라. 내심 반가운 마음에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들어간 김에 이 꽃 저 꽃 들여다보며 인사를 건넬라치면 그냥 돌아서기가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한 포기 두 포기 꽃모종이 손에 좋은시 좋은 삶 | 전주일보 | 2024-03-25 15:28 “삶은 슬기와 사랑의 이중주다” “삶은 슬기와 사랑의 이중주다” 우리가 자주 입에 올려 쓰는 말에 차례를 매긴다면 ‘사랑’이란 낱말도 메달감은 될 것이다. 희망, 평화, 하늘, 봄, 눈보라, 오솔길, 우정, 별, 어머니, 아기, 그리움 … 등 명사만을 놓고 보아도 어느 말에 금메달을 주어도 듣기 좋은 말들이다. 여기에 동사나 형용사 등을 순위에 넣는다면 순위 매기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사랑이란 말 때문에 이런 상상을 해봤다. 이 말은 우리가 즐겨 자주 입에 올리는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도 금메달감이 틀림없을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부부 사이에 “사랑해요!”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으면 이혼 사 좋은시 좋은 삶 | 전주일보 | 2024-03-18 15:31 “불이문不二門에 이르기 위한 사람공부” “불이문不二門에 이르기 위한 사람공부” 교과서를 익히는 것만 공부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고 단정할 만한 무슨 설문조사나 연구 결과를 참고한 것도 아니라, 이는 순전히 필자의 억지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학교 공부를 지겹게 해온 이력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법하다. 부모님께서 “공부하라!”는 당부나 명령은 반드시 책을 보고 공책에 뭔가를 쓰는 것만을 지칭하지 않았던가? 열공의 발심을 내어 모처럼 구한 동화책을 읽는다든지, 뭔가 조몰락거리며 발명품을 만든답시고 몰입한다든지, 동네공터에서 또래들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면, 으레 부모님의 지청구가 따라왔다. “하라는 좋은시 좋은 삶 | 전주일보 | 2024-03-11 12:51 “허무虛無는 곱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허무虛無는 곱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반세기 가까이 형제처럼 지내는 십여 년 후배와 산길을 걷는다. 마땅한 화제가 없었던지 나에게 묻는다. 형님, 요즈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요? 생각해 보면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 나와 산책길을 동행해 주고, 한 달에 한 번씩은 점심도 함께 나눌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일이 고마웠다. 후배도 정년한 지 10년이 되어가니, 나는 벌써 그보다 두 배 긴 시간 정년 후의 여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선배의 노년풍경이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지하게 내 근황을 들려줬다. 근황이라야 별거 있겠는가. 새로운 일을 만들지는 좋은시 좋은 삶 | 전주일보 | 2024-03-04 12:28 “치술治術과 의술醫術, 같으면서 다른 길” “치술治術과 의술醫術, 같으면서 다른 길” 무슨 전문 영역에 대하여 궁금증이 일 때, 우리는 겁부터 먹는다.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데…, 나와는 무관한 일인데…, 하며 손사래를 치며 접근하기 어려워한다. 그런데 나와 전혀 상관이 없고,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이라 할지라도 그게 내 삶, 심지어 내 목숨, 나아가 내 가족과 이웃에 관계된 일이라면, 아연 태도가 달라진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정치와 의학[의술]이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을 보면 이 두 영역에 대해서는 모두가 정치가요, 모두가 의사가 다 된 듯하다.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좋은시 좋은 삶 | 전주일보 | 2024-02-26 14:27 “명절,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명절,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날’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빨리 왔으면 하고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하듯 기다려지는 즐거운 날이건, 오지 말았으면 하고 그 날짜를 잊으려 하는 날이건,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찾아온다. 즐거운 미래는 더디게 와서 휙 가버리고, 끔찍한 미래는 금세 와서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 같다. 휴가는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날이 오는 것 같고, 빚을 갚아야 할 날짜는 오지 않았으면 해도 금방 다가오곤 하는 것처럼.학창 시절 방학은 얼마나 기다려지던가.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이 시작되면 그 많은 날들이 아주 많은 날들처럼 여겨지곤 했다. 그래서 방학숙제 좋은시 좋은 삶 | 전주일보 | 2024-02-19 14:15 처음처음1끝끝